죽은 계약이 살아난다 — 무효행위 추인의 함정
"어차피 법적으로 무효인 계약이니까, 신경 쓸 필요 없겠지."
치명적인 하자를 발견하고 이렇게 안심하며 거래를 방치한 적 있으신가요?
무효를 계약의 완전한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민법에서는 죽었던 계약도 당신의 행동 하나에 반응해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죽은 계약을 살려내는 무효행위의 추인
원칙적으로 무효인 계약은 시간이 지나도 효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민법은 무서운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무효 원인이 사라진 뒤에 당사자가 그 계약이 무효임을 알면서도 인정해버리면,
그때부터 새로운 계약을 맺은 것으로 봅니다.
가장 무서운 건 묵시적 추인이다
말이나 서류 없이 행동만으로 추인이 성립하는 경우입니다.
"계약은 무효지만, 일단 입금된 계약금은 나중에 돌려주지 뭐"라며 돈을 생활비로 쓰거나,
상대방에게 후속 이행을 촉구한다면 법원은 이를 무효 계약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단 한 번의 안일한 금전 수수가 무효 계약을 완전히 유효한 계약으로 굳혀버릴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둔갑하는 무권리자의 처분
내 집을 권한 없는 사람이 마음대로 팔아버렸다면 당연히 무효입니다.
그런데 진짜 집주인이 사후에 매매대금을 챙기며 인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 계약은 추인한 현재 시점이 아니라,
처음 계약을 맺은 과거의 순간으로 소급하여 유효한 계약으로 부활합니다. 권리관계가 완전히 뒤바뀌는 순간입니다.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유효가 되는 유동적 무효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허가 없이 맺은 계약은 유동적 무효 상태에 놓입니다.
매수인이 변심해 허가 신청을 미루던 중, 정부가 해당 지역의 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계약은 즉시 확정적 유효가 된다."
- 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8다50615 판결 판례-
더 이상 무효를 핑계로 계약을 무를 수 없게 됩니다.
잔금을 치르지 않으려던 매수인은 꼼짝없이 계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실무 결론
무효인 계약이라고 덮어두지 마십시오.
무효 사유가 발견되었다면 즉각 내용증명으로 무효를 명백히 선언하고,
상대방의 금전을 수령하거나 이행을 요구하는 행동을 엄격히 차단해야 합니다.
무효라는 사실만큼, 그 이후의 행동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무효 계약이 강제되는 것을 막으려면 즉시 문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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